2017.03.18 11:55

한강이 보이는 창보다 탐나는 아름다움
#주택     #30평대     #모던     #홈스타일링     #반려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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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씨네 거실에 들어서자 반짝이는 한강이 보였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매일 볼 수 있어 좋겠다.’ 생각하며 몇 가지 질문을 건넸다. 식물, 고양이, 남편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이야기하는 민주 씨의 눈이 한강처럼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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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듣고 다시 집을 돌아보자 처음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흠집이 난 가구, 쌓여있는 낡은 책과 음반, 다리 옆으로 꼬리를 감아 올리는 고양이 두 마리 같은 것들.

 

 

남편분과 영상 일을 하고 계신다고요.

 

한예종 영상이론과 전문사 시절 몇몇 실험영화를 만들었는데, 그걸 보고 시네마틱 퍼슨(Cinematic Person) 영상프로덕션의 대표이자 현재의 남편이 연락해 왔어요. 생각하는 바가 워낙 잘 맞아 함께 일을 하다가 자연스레 결혼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집은 저희가 4년째 사는 집이에요.

 

 

한강이 바로 보이네요. 서울에 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상상해볼 집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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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꿈 같은 일이죠. 택시 타고 강변북로를 지날 때, 한강 쪽으로 창이 뚫린 집들을 보면서 그 안에 있을 사람들 기분을 상상해본 적이 있어요. 그때 드는 기분은 비싸고 으리으리한 집을 볼 때 드는 기분과는 달랐던 것 같아요.

 

 

결혼 전에는 어떤 집에 살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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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근처의 원룸에 살았는데 창문을 열었을 때, 100미터 이상의 가시거리를 확보할 수 없는 집이었어요. 신혼집을 찾으며 많은 집을 봤는데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었죠. ‘경치’가 서울에서 집을 구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걸 생각조차 못 했던 것 같아요. 어차피 다 비슷비슷했으니까요. 우연히 이 집을 보러 왔던 날, 눈 앞에 펼쳐진 한강 경치에 첫눈에 반해 계약했어요.

 

 

이런 집을 구하는 비결은 ‘우연’밖에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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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부동산을 알아볼 때 가장 중요한 건 ‘발품’이란 지론을 갖고 있어요. 매물을 정리해서 큐레이팅해 주는 앱이 있지만 그런 걸 이용하지 않고 엄청나게 돌아다니죠. 이 집은 7월에 계약했는데 4월 말부터 부지런히 돌아다녔어요. 사무실도 그런 과정으로 구했죠. 처음엔 힘이 들지만 결과는 언제나 최고예요. 앱에는 나오지 않지만 원하는 조건과 맞는 공간을 기적처럼 만나게 되더라고요.

 

 

남향이라 그런지 집에 빛이 많이 들어요.

남향이 좋다는 건 알고 있는데 혹시 단점은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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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공간에 있어도 빛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빛을 통제하는 장치들이 필요해요.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볼 수 있지만, 블루레이는 밝은 거실에선 볼 수 없더라고요. 특히 느와르(noir,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로 범죄와 폭력 세계를 다룬 영화)는 거의 보이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남향 창문엔 모두 암막 블라인드를 달았어요.

 

 

같은 모니터로 보는데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영화를 보는데 차이가 있나요?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한국 거실의 형광등을 고려해서 아주 밝게 송출되어요. 하지만 블루레이는 어두운 극장 환경을 고려해 어둡게 색 보정이 되어 밝은 곳에선 보기 어렵죠.

 

 

남향이 주는 장점은 말할 것도 없겠죠?

 

식물을 좋은 환경에서 키울 수 있는 것. 겨울철에도 보일러를 켜지 않고 햇빛의 온기만으로도 살 수 있다는 것. 일상 곳곳에서 햇빛과 함께 몸과 마음의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처음 집을 꾸미실 때, 어떤 것을 염두에 두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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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신경 쓰지 않고 전 세입자가 쓰던 것을 그대로 썼어요. 다만 가진 짐이 많아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고민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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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제겐 각자 살 적에 모은 영화, 책, 음반 같은 것이 많았거든요. 책들을 꽂을 수 있는 책장을 맞춤으로 마련하고, 공간마다 정리하는 규칙들을 만들어서 해결했어요.

 

 

그러고 보니 책이나 영화, 음반이 참 많은데,

도서관처럼 분류가 잘 되어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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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면에서 유사한 도서를 모아 분류하고 있어요. 인문사회학, 경제학, 여성학, 예술, 디자인, 건축, 여행, 만화. 이런 식으로요. 양이 많아지니 찾아보기 힘들더라고요. 필요할 때, 잘 찾아볼 수 있도록 구분해뒀죠.

 

CD도 그래요. 재즈를 좋아해서 주로 재즈 앨범이 있는데, 키스 자렛, 칙 코리아 등 ECM 레이블에서 나온 음반, 20세기 중반에 활약한 모던 재즈 음악가 중 특별히 좋아하는 마일즈 데이비스, 빌 에반스 음반, 박성연 선생님이나 JSFA, 윤석철 트리오 등 한국 재즈 음악가들의 음반 등으로 나누고 있어요.

 

DVD와 블루레이는 쌓아 두고 그때그때 일일이 영화 제목을 찾아서 꺼내 보는 편이에요. 이것도 정리되면 빨리 찾아볼 수 있을 텐데, 날을 잡고 한 번 정리해야죠.

 

 

하루아침에 모인 양은 아닌 것 같아요.

 

저희 부부는 둘 다 어렸을 적부터 책 읽고 음악 듣고 영화 보는 걸 좋아했어요. 자연스럽게 쌓여 온 것들이죠. 매년 남편 생일이 되면 10여 개씩 DVD나 블루레이를 선물하곤 해요. 블루레이나 DVD에 수록된 서플먼트 콘텐츠(supplement contents, 부록)만큼 좋은 영상 제작 교과서는 없다고 생각하죠.

 

 

이것들을 보기에 적절히 공간을 배치한 것처럼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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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할 때 언제든지 찾아 읽고, 찾아 들을 수 있는 곳에 배치했어요. 꺼내기 힘든 곳이나 잘 가지 않는 공간에 있으면 손이 잘 안 가니까 저희가 자주 지나다니는 동선과 가까운 곳에 있도록 했죠. ‘그 책이 어디 있더라? 그 음반이 어디 있더라?’ 하는 일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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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양품 CD플레이어는 음질 면에서는 만족도가 떨어지지만 언제든지 쉽게 음반들을 들을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어요. 부엌과 가까이 있어서 요리하거나 설거지를 할 때 틀어 두면 음악에 맞춰 흥얼거리면서 즐겁게 일할 수 있어요.

 

TV와 AV 시스템은 거실에 있어요. 거실에 TV를 둔 집을 좋아하지는 않아요. 거실엔 다른 문화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남은 방이 없다 보니 할 수 없이 거실에 두었죠. 언젠가는 거실 말고 저희만의 홈씨어터 공간을 만드는 게 꿈이에요.

 

 

영상 일을 하고 계시잖아요. 혹시 영상을 보기에 좋은 기계를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좋은 영상은 시각, 청각 모두 섬세하게 구현되어 있어요. 모니터와 스피커가 하나로 되어 있는 컴퓨터나 텔레비전으로는 이를 제대로 감상할 수 없죠. 제대로 감상하려면 오디오 따로 비디오 따로, 즉 AV 스템을 각각 전문으로 하는 장비를 갖춰야 해요. 그러면 고음질과 고화질의 상영 환경을 갖출 수 있죠. 여러 브랜드가 있지만 저희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미국의 ‘마란츠 AV 리시버’와 영국 ‘KEF 스피커’를 쓰고 있습니다.

 

 

남편분과 같은 일을 하며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고 있어요. 부부가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는 것에서 오는 이점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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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에요. 엄청난 양의 대화를 매일 하죠. 한번 시작했다 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네 시간을 밀도 높게 대화해야 마무리가 되는 편이에요. 그렇게 서로의 생각을 깊이 탐구하면서 차이를 발견하고 이해할 기회를 많이 갖게 됐어요.

 

 

옛날 타자기가 보이는데 실제로 사용하시는 건가요?

 

가끔 타이핑해요. 실용적이진 않지만 낭만적이거든요. 한동안 하루에 하나씩 시를 타이핑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키보드로 치면 3분도 걸리지 않을 양이지만 타자기로는 시 한 편을 적는 데 10분에서 20분이 걸려요.

 

타자기 글자 쇄가 한 자 한 자 잉크리본에 가서 탁 탁 찍히는 것처럼, 시구 한 자 한 자가 제 마음과 뇌리에 탁 탁 박혀 오는 게 좋아요.

 

 

영상 일을 하고 계시는데 꼭 영화만 좋아하시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음악, 문학 같은 다양한 예술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네요.

 

영상은 종합예술이잖아요. 직접적으로는 시각과 청각을 중심으로 하는 분야지만 그것 외에도 촉각, 후각, 미각과도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요. 그래서 감각을 자극해 주는 다양한 창작물들과 항상 가까이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삶의 방식이 제가 가진 직업적인 필요성에 의해 선택된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이렇게 살다 보니 이런 일을 하게 됐는지 헷갈리네요. 어쨌든 저는 다양한 영역의 창작물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통해 제 삶이 더 행복해졌다고 확신해요.

 

 

집의 모양이나 인테리어를 아름답게 하는 것보다 다른 일에 마음을 쏟고 계신 것처럼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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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로 빌려 사는 집이다 보니 원하는 대로 마음껏 꾸미지 못한 이유도 있어요. 나중에 저희 집을 갖게 되면 인테리어를 더 신경 쓰려고 해요. 하지만 그때도 인테리어보다는 저희가 그 안에서 하는 일들이나 함께 사는 식물, 동물이 주는 일에 더 마음을 쓰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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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집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 집은 우리가 생활하면서 생긴 흔적들로 아름다움이 더해지는 공간이었으면 해요.

 

 

고양이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집 곳곳을 둘러보니 사람보다 고양이를 위한 집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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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고양이들은 이 집을 자기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밤늦게 집에 와서 밥과 물을 챙겨 주고 화장실 청소를 하고 가는 사람들쯤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람이 아닌 동물이나 식물과 함께 사는 건 참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언어 대신 새로운 방식으로 대화하는 법을 익히면서 배려하는 법을 익힐 수 있으니까요.

 

 

고양이들에게 어떻게 ‘배려하는 법’을 배우셨나요?

 

첫째 고양이 ‘우주’는 동공질환을 겪고 있어서 시력이 극도로 낮아요. 고양이는 시각 외에도 다른 감각들이 발달해 있어서 공간 지각 능력이 매우 뛰어나지만 그런데도 급하게 다닐 때 벽이나 가구 모서리에 종종 부딪히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정해진 가구들의 위치를 절대 바꾸지 않고, 모서리마다 스펀지로 된 보호대를 설치해서 우주를 돕고 있어요. 스크래치로 망가진 계단도 우주 작품이에요. 계단뿐 아니라 소파도 작살냈죠.

 

 

고양이가 한 마리 더 있는데 그 고양이는 어떤가요?

 

둘째 고양이 ‘우유’는 식물들을 귀찮게 해요. 특히 야자 잎을 뜯어 먹거나 손으로 건드리며 괴롭히기를 좋아해요. 거실에 있는 아레카야자 화분은 원래 제 키보다 컸는데, 이젠 하나둘 잎이 말라서 얼마 안 남았고 저것뿐이네요. 여러 방식으로 고양이와 식물이 함께 잘 살 방법을 찾고 있는데, 야자 외의 다른 식물들은 모두 다 건강하게 지내고 있으니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와 함께 한집에 사는 일은

민주 씨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예전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제게 참 중요한 일이었어요. 지금도 남편과 그런 시간을 지켜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어쨌든 함께 살아가야 하는 거잖아요. ‘함께하는 시간’이 주는 감동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더라고요. 복합적인 경험과 감정에서 비롯되는 거라 뭐라 설명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어요. 굳이 한 단어로 의미를 찾는다면 ‘사랑’이란 말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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