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핢입니다. 현재 마케팅 팀에서 일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보다도 훨씬 오랫동안 제가 속해왔던 곳은 한 출판사의 '리빙 매거진 편집부'였어요. 에디터로 일했거든요. 그렇게 다양한 현장을 접하고, 많은 물건을 만나며 리빙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키웠답니다.
많은 물건을 만나도 제 시선을 한 번 더 사로잡는 것들은 대부분 빈티지예요. 그래서인지 저희 집엔 참 오래되고 빛바랜 물건들이 많네요. 하나하나 이야기와 취향이 담긴 물건을 모으고 매일매일 바라보는 일은 제게 소중한 일상이에요.
취향을 담은 첫 독립집
무드보드, 빈티지
지금 사는 집은 제가 처음으로 독립한 곳이에요. 본가와 회사 모두 서울에 위치해 굳이 나와 살지 않아도 됐었지만, 온전히 제 취향으로 채운 공간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어요. 그래서 오랜 고민과 노력 끝에 독립을 하게 되었죠. 아주 높은 언덕에 있는, 햇빛이 잘 들고 바람이 시원한 집에서요.
그럼 지금부터 저희 집을 소개할게요. 벽에 붙이는 글귀 하나도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고민하고, 식기 하나도 신중하게 생각한 곳이에요. J의 집꾸미기 과정부터, 보기만 해도 즐거운 취향 박물관까지. 모두 즐겁게 구경해 주시길 바라요.
집의 구조
가구 배치로 생활을 바꿔요
저희 집은 7평 원룸이에요.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주방과 화장실이 있고, 왼쪽 중문을 통하면 제가 생활하는 메인 공간이 나오죠.
처음 집의 구조를 잡으며 제가 생각한 건 '생활 패턴을 바꿀 가구 배치'였어요. 예전 본가에서는 침대가 너무 가까워 집에 오면 생산적인 일을 안 하게 되었던 기억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공간을 분리하고, 무작정 침대에 눕지 않을 수 있는 나름의 동선을 만들었어요. 덕분에 생활 패턴도 많이 개선되었답니다.
J의 집꾸미기?
엑셀로 '쇼핑 리스트' 만들기
저는 'J 중의 J'예요. 체계적이고 계획 세우기를 좋아하죠. 그래서 이번에 집을 꾸밀 땐 입주 전부터 틈틈이 70개가 넘는 물건을 정리한 엑셀을 정리하기도 했어요.
쇼핑리스트를 구성한 특별한 방법은 따로 없었어요. 제가 워낙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을 즐기거든요. 그래도 순서를 자세히 적어보면 다음과 같아요.
1. 가구, 조명, 주방 용품, 욕실 용품 등으로 물건의 카테고리를 분류하고 하나씩 채워갔어요. 그동안 접했던 아름다운 물건을 들일 생각에 설레면서요.
2. 하나씩 구매할 때마다 사용한 금액을 적고 체크했어요. 엑셀을 사용하면, 전체 비용이 한눈에 보여 어디서 금액을 아끼고, 사용할지 명확해지더라고요.
3. 중간중간 진행 상황을 체크하며, 앞으로의 쇼핑 계획과 예산을 가늠했어요. 혹시라도 물건을 빼먹지 않도록 주의하면서요.
혹시 첫 독립을 준비하며 고민하고 준비할 게 많은 시점이라면, 이 방법을 참고해 보시길 추천드려요. 그럼 빈티지 취향과, 저의 J 성향이 묻어나는 곳곳을 둘러볼까요?
테이블 공간
사부작 소리로 채워지는 시간들
제가 많은 일을 하는 테이블 공간이에요. 밥도 먹고, 노트북도 하고, 일기도 쓰고... 생각해 보니 제 모든 일상이 이곳에 담겨있네요. 테이블 앞으로 둔 가구는 블랙 컬러와 라탄 짜임이 사랑스러운 세스카 체어예요. 예전부터 가지고 싶던 가구라 큰 마음 먹고 구매했어요. 나중에 돈을 많이 벌어서 블랙 세스카 체어로만 채운 다이닝 룸을 꾸미면 얼마나 멋질까 상상해 봅니다.
소파 공간
시간이 지나면 더욱 멋져질
테이블 뒤편엔 빈티지한 느낌의 소파가 있어요. 화장실과 맞닿은 벽에 붙여서 두었는데, 중문 벽이 약간 들어간 형태라 더 아늑한 느낌이에요.
소파에 앉아있을 땐 편안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소파의 옆쪽으로는 책을 높이 쌓고 더욱 구석진 느낌을 주었어요. 가끔 친구들이 놀러 오면 책을 어떻게 높이 쌓았냐고 물어보곤 하는데, 사실 뒤에는 책장이 숨겨져 있어요. 아주 감쪽같죠?
호스트가 되다
프렌즈의 '모니카'를 아시나요?
전 독립을 하면 꼭 친구들을 초대해 집에서 요리를 대접하고 싶었어요. 미드 프렌즈에 나오는 모니카처럼요. 그래서 테이블도 확장이 가능한 제품으로 골랐는데, 참 잘했다 싶어요. 좋아하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만 봐도 뿌듯해지거든요. 최근에는 이 테이블에 각자 싸온 음식들을 올려두고 포트럭 파티를 즐겼어요.
나의 취향 박물관
빈티지의 아름다움
이곳이 저의 취향 박물관이에요. 화장대, 원형 트롤리, 그리고 장식장을 순서대로 배치해두었어요.
화장대는 예전에 중고로 산 가구인데 손잡이만 바꾼 거예요. 위로 어머니가 물려주신 액세서리 정리함을 올려두었답니다. 술병으로 장식된 트롤리는 본가에서 가져온 건데요. 어릴 때부터 집에 있던 '진정한 골동품'인데다가 활용도가 높아 정말 애정해요. 술병을 두어도 예쁘고, 식물을 올려둘 선반으로도 좋고요.
보관과 관리
섬세함이 필요해요
저희 집에 있는 빈티지 소품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촛대와 화병은 프라하 벼룩시장에서 가져온 거고, 액자는 친구들이 선물한거죠. 이렇게 사연 있는 골동품을 보관할 땐 선반 별로 의미를 부여해서 중요한 오브제나 물건을 우선적으로 진열해요. 예를 들어 선반 첫째 칸엔 기억하고 싶은 구절을 넣은 액자와 좋아하는 물건을, 둘째 칸에는 소중한 사람과 관련한 물건을 두면서요.
다만 관리에는 조금 섬세함이 필요한데요. 오래된 물건을 닦고, 깨끗이 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거든요. 얼마 전에는 물이 닿으면 안 되는 소재인지도 모르고 열심히 물로 세척하다가 한 부분이 변색되는 일도 있었어요. 좀 더 찾아보고 하면 좋을 텐데 그런 섬세함은 또 부족하네요.
정갈한 침실
가족의 사랑이 담긴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곳은 구석구석 가족들의 사랑이 담긴 침실이에요. 우선 커튼은 엄마가 손수 만들어주신 건데요. 이사 전부터 치수를 재서, 직접 만드시고 알맞은 위치에 달아주셨어요. 덕분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커튼이 탄생했답니다. 침대에 깔린 노란빛 침구는 할머니가 보내주신 용돈으로 마련한 거예요.
1년 동안의 일상
점점 더 단단해지며
이 집에서 혼자 지낸지 벌써 1년이 되었어요. 그동안 저는 점점 더 단단해졌죠. 눈 뜨는 순간부터 잠들 때까지, 사소한 일상 하나하나를 손수 가꾸는 경험은 거창하진 않아도 저를 점점 견고하게 만들더라고요. 직접 만든 해독주스로 건강한 아침 식사를 하고, 좋아하는 미드를 무한 반복하며 설거지를 하고, 편한 옷차림으로 돌아다니고, 식물을 돌보고, 아무 때나 친구를 초대하는 모든 순간들이요.
당연한 말이지만 공간과 환경이 한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많이 크다고 느끼는 요즘이에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제 공간에 애정을 가지고 꾸준히 가꿔 나가고 싶네요. 지금까지 제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