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새로운 걸 배우길 좋아해요. 나이가 들면 자연히 세상 만물을 모두 이해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세상은 끊임없이 배울 게 생겨나는 곳이더라고요. 아직도 세상에 배워갈 게 있다고 생각하면 살아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집에서 저는 사부작사부작 인테리어 소품을 만들어요. 그러다가 그림도 그리고, 일기도 쓰고, 책도 읽죠. 오늘은 작은 열매처럼 옹골찬 제 방을 소개해 보려고 해요.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것 같아요
| 직접 그린 도면
저의 다락방은 부모님과 함께 사는 복층 빌라 속에 있어요. 특징은 층고가 낮고 박공형 지붕으로 천장이 비스듬히 떨어진다는 거예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작은 공간을 좋아했어요. 이사를 다닐 때마다 큰 방을 고를 기회가 있어도 꼭 작은방을 골랐거든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방 두 개와 큰 거실이 있는 집에서 자취할 때에도 한 방에 모든 짐을 두고 거기서만 지냈고요.
그렇기에 제가 이번 집에서도 다락방을 고른 건 우연이 아니었어요. 낮은 층고에 다소 좁아 보이기까지 하는 복도는 참 매력적이었거든요. 그렇게 저는 동선과 색감에 신경 쓰며 공간을 꾸몄어요. 패턴이 예쁜 패브릭을 더하기도 하면서요.
이런 순서로 완성되어 갔어요
처음 만났던 방의 모습이에요. 벽지가 회색이라 다락방이 아주 좁아 보이죠. 생활 공간 4평에 작업 공간 8평으로 그리 좁지만은 않은데 말이에요.
저는 이곳에 벽지와 바닥을 바꾸며 따뜻한 무드를 입혀갔어요. 사진은 작업하고 있는 저의 모습이에요.
벽지는 밝은 노란색으로 골랐어요. 덕분에 공간이 한결 따뜻해 보이죠.
바닥과 벽의 색감을 정돈한 뒤에도 다락방에는 여러 번의 배치 변화가 있었어요. 이건 침대가 창가 쪽에 위치했을 때의 모습이랍니다.
그럼 지금부터 최근의 모습을 소개해 볼게요! 모두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오랜 시간을 보내는 컴퓨터 작업실
이곳은 컴퓨터 작업실이에요.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컴퓨터 공간을 어디에 배치할까 하다가, 창가 앞으로 가져왔어요. 이 창을 열면 전원주택과 숲이 아름답게 펼쳐지는데 작업을 하다가 한숨 돌리기 좋을 것 같더라고요.
컴퓨터 책상의 옆으로는 재활용품 수거함을 두었어요. 원래는 빨래 바구니로 나온 제품이지만 재활용 쓰레기를 담기도 좋더라고요. 일할 때 음료나 간식을 많이 먹기도 하고, 가끔 창가에서 무언가를 만들면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데 매번 버리러 내려갈 필요가 없어 삶의 질이 높아졌어요. 저는 크게 종이와 플라스틱류로 나누어 담고 있답니다.
요즘 제 낙은 이곳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준비하고 하늘빛이 변해가는 걸 보는 거예요. 이전에 컴퓨터를 벽에 배치했을 때보다 훨씬 덜 지치고 더 행복한 건 기분 탓만은 아니겠죠.
아 참, 사진에 보이는 식물은 코브라 아비스예요. 식물 킬러인 제게 와서 온갖 고생을 하고 있답니다. 지금 보니 목이 엄청 말라 보여요. 잠깐 물 좀 주고 와야겠네요.
지구본 조명이 빛나는 침실
다음으로 소개할 곳은 침실이에요.
컴퓨터 작업실을 창가로 배치하며, 침실은 조금 더 방의 안쪽에 배치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공간을 한차례 분리하기 위해 책장을 하나 세워두었답니다. 이렇게 전체적으로 긴 구조로 되어 있는 방은, 중간을 적절히 끊어주어야 효율적으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거든요.
책장은 자취를 했을 때 산 거라 특별한 건 없어요. 하지만 소파용 덮개로 나온 패브릭을 덧대어 주었더니 나름 따뜻한 느낌이 나네요.
저는 이렇게 패브릭을 활용하길 좋아해요. 아늑한 무드를 가장 손쉽게 연출할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패브릭 특유의 유연함, 부드러움, 포근함. 이 모든 것은 공간에 다정함을 불어넣어요. 또 어떤 패브릭이 어디에 쓰였냐에 따라 공간의 성격이 정해지기도 하죠.
패브릭으로 인테리어에 따뜻함을 불어넣고 싶으시다면, 먼저 각각의 패턴을 살펴보시길 추천드려요. 각각 느껴지는 분위기가 다르거든요. 모두 살피셨다면 그때부터는 자유롭게 패브릭을 배치하며 자리를 찾아보세요. 패턴이 어디에 어울릴지는 아무도 모르니까요.
제가 침대를 고르던 조건은 3가지였어요. 옮기기 편한 조립식이어야 했고, 뒹굴댕굴 굴러다닐 만큼 큰 사이즈에, 또 언제든 이사가도 아깝지 않도록 저렴한 제품이어야 했죠. 모든 기준을 만족했던 지금 침대는 아직까지도 잘 사용하고 있어요. 다만 방 끝에서, 중간으로 자리를 옮기니 조금 큰 감이 있네요.
침대 맡에는 지구본 조명을 가져다 두었어요. 빛이 아주 따뜻해서 불을 다 끄고 이것만 켜두면 공간의 온도가 달라지는 기분마저 들어요. 노란 조명 아래에 누워 노래를 듣고 책을 펼치다 사르르 잠에 들면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침대 주변에는 자그마한 소품들을 쪼르르 놓았어요. 산호와 작은 액자, 마음에 드는 일기가 담긴 일기장, 작은 초 등. 모두 크고 작은 사연이 잠들어 있어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져요.
두 가지 무드가 있는 복도
침대를 건너가요. 이곳은 생활 공간과 작업 공간을 이어주는 복도랍니다. 은근히 넓지만 가구를 들이기엔 또 협소해서 고민이 많았던 곳이에요. 그러다가 통로를 따라 피아노와 기타를 두었답니다. 언젠간 다시 악기를 울리길 기대하면서요.
사진 속에 보이는 피아노는 초등학생 때부터 있었던 전자피아노예요. 원래는 호두나무색이었지만, 두 번째 자취를 하던 때에 좋아하는 색으로 페인트를 칠해주었어요. 그동안 칠이 많이 벗겨졌네요. 빈티지 무드라 친다면 이것도 괜찮아요.
피아노 위의 벽은 드로잉 작품과 거울로 장식했어요. 나중엔 이곳에 포토존을 만들고 싶어요. 예쁜 엽서나 친구들의 리플릿을 배치해서요.
여긴 저만의 쇼룸이에요. 다락방으로 올라오는 계단에서 바로 마주 보이는 복도랍니다.
여기엔 어릴 때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장식장을 두고 좋아하는 소품을 전시해두고 있어요. 시즌에 따라 테마를 정해서, 배치를 바꾸기도 한답니다. 사실 이곳을 보는 사람은 저뿐이지만,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모습이 마음에 들면 이곳에서의 시간이 모두 좋을 것 같았어요. 공간의 입구는 그만큼 중요하니까요.
이곳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정적이고 정갈한 무드예요. 한때 좋아하던 하얀 공간과 하얀 오브제의 조합으로 꾸몄거든요. 은은한 톤 변화 정도로도 공간은 풍부히 채워지고, 어딘가 고요한 느낌마저 들어요.
낮은 층고도 문제없는 작업실
마지막으로 보여드릴 곳은 작업실이에요. 보시는 것처럼 층고가 가파르게 낮아져, 30cm까지 내려가는 아주 묘한 구조를 가진 곳이죠. 그래서 저는 가운데에 파티션을 두고 한쪽은 짐 보관 구역으로, 한쪽은 작업구역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이쪽은 작업 구역이에요. 원래 있던 문을 떼고 블라인드를 설치해 침실과 연결되도록 했답니다. 폭이 70cm 정도 되는 작은 폭의 블라인드도 주문이 가능하더라고요.
이곳에는 테이블을 가져다 두고, 평소 다양한 작업을 해요. 가족들이 모두 잠든 시간에 사부작사부작 움직이면서요.
과일 청 만들기, 꽃 다듬기, 공예 하기 등. 앞으로도 이곳에서 다양한 작업을 해나가고 싶어요.
공간을 나누는 기준점에는 학부 시절에 그린 100호짜리 그림을 파티션으로 세워두었어요. 이렇게라도 쓸모가 있으니 정말 다행이었죠. 그림은 일관성 없는 자연의 이미지를 레이어 쌓듯 그려 올린 작품인데 덕분에 다락에 몽환적인 무드가 생긴 것 같아 만족스러워요.
이곳이 바로 짐 보관 구역이에요. 층고가 귀여우리만치 낮죠? 하지만 종종 놀러 가면 또 아늑함과 재미가 느껴져, 그만의 매력이 있어요.
열매 같은 이야기를 담아
이렇게 작게나마 마음에 드는 공간을 꾸리고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공간은 스토리가 있을 때 비로소 향기를 갖는다고요. 또한 '스토리가 담긴 곳은 근사해도 스토리가 없는 공간보다도 훨씬 가치 있구나'하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어요. 물론 어렸을 때는 막연히 고래 등만큼 덩치가 크고 화려한 집을 동경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달라요. 열매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긴 공간은 하늘 아래 이곳뿐이니까요.
앞으로도 이 집이 제게 창의적인 영감을 불러일으켜 주길 바라요. 이 다락방에서 누군가의 마음에 고운 감정을 불러일으킬 만한 작품이 많이 완성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죠.
지금까지 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려요. 집꾸미기와 함께 사연과 향기, 숨이 깃들어있는 공간을 품게 되시길 바랄게요. 그럼, 좋은 하루 보내세요.
